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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티벳·히말라야

히말라야의 더 없는 아름다움이 가득 담긴 영화 / Himalaya (1999)


「히말라야(Himalaya)」는 티베트인들의 일상적 삶과 전통적인 관습 그리고 히말라야의 자연 풍광을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 영화로, 출연자들의 상당수가 현지 아마추어 주민이고 기존 할리우드적인 연출 기법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다큐멘터리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 기자로 활동하던 감독 에릭 발리(Eric Valli)는 이 영화를 만들기 20여 년 전부터 히말라야 지역을 여행하며 꾸준히 사진 작업을 하면서 티베트 네팔 사람들의 문화와 생활양식을 공부해 왔기 때문에, 단발성으로 같은 소재의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만든 다른 감독들에 비해 시선의 깊이와 각도에 남다른 점이 있다.
자연 다큐멘터리로 불러도 손색이 없는 이 작품은 네팔 지역 히말라야 산맥의 해발 5,000미터 이상의 지형과 극한의 날씨라는 조건 아래서 9개월 이상의 촬영 기간을 거쳐 제작된 영화이다.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히말라야의 다양한 모습들은 시종일관 관객들을 압도하고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후반부에 대상 행렬이 고산 지대의 좁은 낭떠러지 길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는 장면은 이 영화가 보여 주는 히말라야 장관의 백미이다.
이 영화는 2000년 아카데미상 베스트 외국어 영화 부문 후보작에 올랐으며, 1999년 로카르노 국제 영화제에서 경쟁 부문에 오른 바 있다.


영화 속 음악

자연 다큐멘터리 「마이크로 코스모스(Micro Cosmos)」의 음악을 제작했던 브루노 쿨레(Bruno Coulais)가 음악을 맡았는데,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티베트의 민속·불교 음악을 접목한 웅장한 소리들은 히말라야라는 대자연과 티베트의 문화를 영상 못지않게 훌륭하게 표현해 영화를 더욱 빛내 준다.
영화를 벗어난 사운드 트랙 음반(Himalaya ; Virgin Records)만으로도 히말라야의 웅장함은 물론이고 티베트의 문화와 생활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특히 영화 속 요소 요소에서 티베트 공연 예술 협회(Tibetan Institute of Performing Arts ; 달라이 라마가 인도 다람살라에 세운 공연 예술 교육 및 보존 기관)의 성악 강사 체링 로되(Tsering Lodoe) 등 티베트 가수들이 전통 창법으로 부르는 불교 진언들과 민요는 척박한 고산 지대에서 유목민으로 살아가는 그네들의 삶과 애환을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영화 속 불교 미술

영화 속 마지막 장면에서, 틴레의 둘째 아들이며 탕카(Thangka ; 티베트식 탱화)를 그리는 소임을 맡은 승려 역의 노르부(Norbu)가 사원 내벽에 그린 파노라마식 그림은 이 영화의 줄거리를 회화화(繪畵化)하여 순서대로 담고 있는데, 이것은 감독이 영화 속에 독특한 액자식 설정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에필로그적인 의미도 있다. 영화 속 승려 노르부와는 다른 실존 인물인 탕카 화가이자 승려인 텐진 노르부(Tenzing Norbu)가 그린 이 파노라마 그림들은 책으로 그대로 옮겨져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Himalaya』로 출판되었으며, 국내에는 『히말라야 지도자의 아들』(한국퍼킨스 刊)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있다.


영화 속 히말라야의 사진

사진가인 감독 에릭 발리가 1994년 펴낸 사진집 『Caravans of the Himalaya』(National Geographic Society 刊)는 네팔 돌포 지역 일대의 풍광과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이 책이 5년 후 있을 영화 「히말라야」 제작의 모티브적인 사전 작업의 의미라고 볼 수 있다. 이 책 사진 속에 담긴 마을 주민들은 몇 년 후 영화 속에 등장하게 된다. 이후 2001년에 발간된 『Himalaya』(Editions de La Martini럕e 刊)는 영화 제작에 관한 후일담 성격의 사진집이다.


* 몇 년 전, 이 영화가 발표된 1999년 직후에 제작사와 수입 계약을 맺었던 국내의 한 영화사 관계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는 계약 후 즉시 개봉을 추진했으나 국내에서 흥행의 불투명과 스크린 확보 문제라는 현실적 어려움으로 수년째 개봉을 못하고 있다는 말을 했었다.



 ◎ 줄거리

영화는 히말라야 산맥의 네팔 북서부에 자리 잡은 돌포(Dolpo) 지역의 한 마을을 무대로 한다.
이 마을에서 오랫동안 족장을 해 왔던 틴레(Tinle)는 나이가 들어 그의  아들 락파(Lhakpa)에게 족장을 물려주었다. 어느 날 소금 대상(隊商)을 이끌고 이웃 지역을 다녀오던 족장이 사고로 죽자 지도자를 잃은 마을은 차기 족장 문제 등으로 갈등과 반목에 휩싸인다. 마을 사람들의 상당수는 족장의 친구이자 젊고 패기 있는 카르마(Karma)를 차기 족장감으로 생각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원로인 틴레는 카르마 때문에 그의 아들이 대상 중에 사고를 당했다고 여기고 카르마를 후계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 마을은 대상의 다음 출발 일자를 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마을의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오랜 전통으로 내려오던 예언자들의 날짜 점지에 따를 것을 주장하는 틴레와 갈등하던 카르마는 전통 신탁을 무시하고 자신을 따르는 일행들과 대상길에 나선다.



※ 이 글은 월간「불교와 문화」 2007년 5월호에 기고했던 내용입니다.